목회 칼럼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은 골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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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마당에 있는 야외 패티오는 주일 오후만 되면 ‘기사 대기실’로 바뀝니다. 친교실에서 교제하는 여선교회 회원들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남선교회 회원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 대기실’에 모인 이들은 신앙과 살아가는 이야기, 정치, 문화, 경제와 스포츠를 넘나드는 대화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얼마 전에 그곳에서 정겨운 제안이 하나 나왔습니다. 스데반 선교회와 바울 선교회가 친교를 목적으로 ‘밥 내기 골프 시합’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스데반 선교회는 교회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가장 젊은 남선교회이고, 바울 선교회는 그보다 연배가 조금 높으신 분들로 구성된 선교회입니다. 

친선을 목적으로 가볍게 시작된 이야기는 시간이 가면서 조금씩 커졌습니다. 스데반 선교회에서 6명, 바울 선교회에서 9명, 여기에 여성 골퍼 5명까지 합세해서 20명이 참여하는 작은 골프대회가 되었습니다. 인원이 늘어나니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졌습니다. 5명씩을 한 조로 4팀의 예약부터 경기 규칙을 정하고 간식과 물, 기념품, 그리고 나중에 가족들까지 함께 나눌 30~40인분의 저녁 식사까지 준비해야 했습니다.

여러 일정을 맞추다 보니 대회 날짜는 3월 8일로 정해졌습니다. 대회가 열리기 9일 전이었습니다. 새벽 기도회를 마치자마자 장로님 한 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울린 전화벨이었기에 긴장하며 받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장로님의 다급한 목소리에서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골프대회를 위해서는 4팀을 예약해야 하는데, 2팀밖에 예약을 못 했다는 것입니다. 예약하려면 회원 카드도 필요하고, 예약금도 걸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화상으로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순간 골프장으로 직접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골프장이 저희 집에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었습니다.

예약을 못 하면 골프대회 자체가 무산되기에 어떻게든 예약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달려갔습니다. 골프를 치러 온 사람들 틈에 끼어 어색한 차림으로 아침부터 부산을 떤 끝에 회원 카드를 만들고, 다른 분의 카드 정보도 받아서 나머지 두 팀의 예약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지난 주일 오후, 필드 위에 멋진 골프 복장을 한 선수들이 등장했습니다. 평소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던 교우들이 함께 걷고 공을 치면서 사귐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실력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하는 온기였고, 굿샷 한 번에 터져 나오는 환호는 기사 대기실의 웃음소리보다 더 크게 울려 퍼졌습니다. 

처음에는 밥 내기로 시작했지만, 이기고 지는 것은 이미 관심 밖으로 밀려난 후였습니다. 홀 컵에 공이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는’ 은혜로운 골프대회를 마친 후에 나눈 저녁도 ‘들어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는다’라는 이름의 햄버거(In-N-Out)였습니다. 

예약의 긴박함도, 준비의 분주함도, 성도의 교제라는 귀한 열매 앞에서는 그저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준비를 위해 수고하신 분들과 봄날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더웠던 날씨에 대회에 참가하셔서 행복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