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글로 맺는 인연 – ‘시온의 소리’ 지령 200호에 붙여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 “인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문장은 읽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집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 정작 우리 삶은 수많은 만남 속에서도 진정한 맺어짐을 완성하지 못한 채 엇갈림과 그리움으로 채워지곤 합니다. 

사람은 평생 수많은 인연을 맺으며 삽니다. 그 인연이 금세 잊히는 먼지가 되지 않게 하려고, 혹이라도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는 악연이 되지 않게 하려고 우리는 부단히 노력하며 삽니다. 좋은 인연일수록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설렘과 조심스러움을 끝까지 간직하며 가꾸어야 하지만, 바쁜 일상과 무뎌진 마음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인생살이가 이토록 힘들고 고달픈 이유는 우리가 소중한 인연을 지키는 데 서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령 200호를 맞이한 ‘시온의 소리’를 생각하며 ‘인연’이라는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주 다섯 번 전달되는 ‘시온의 소리’를 통해 지난 몇 달간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이 글은 쓰는 저와 읽는 분들이 활자라는 가느다란 실로 맺어온 ‘영적 인연’의 기록이었습니다.

잡지나 신문의 발행 횟수를 나타낼 때 ‘지령(誌齡)’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잡지의 나이’라는 뜻으로 잡지가 창간된 이후로 발행한 호수를 이르는 말입니다. 200호라는 숫자가 쌓이는 동안 ‘시온의 소리’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웃들이 이 글을 통해 같은 은혜를 공유하고, 같은 소망을 품었습니다. 직접 만나지는 못해도 글로써 깊은 인연을 맺으며 서로의 영성을 지탱해 왔습니다.

‘시온의 소리’는 매일 아침 우리 삶의 매무시를 가다듬게 하고,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하며, 세속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도록 믿음의 닻을 내리게 도왔습니다. ‘시온의 소리’를 시작했을 때의 그 간절함, 한 문장 한 문장에 하나님의 사랑을 담아내려 애썼던 그 첫 마음은 ‘시온의 소리’가 200호를 맞았지만 여전히 제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시온연합감리교회 교우들에게 전달되는 ‘시온의 소리’는 이제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하는 사랑의 편지가 되었습니다. 피천득 선생이 말한 것처럼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사는’ 수많은 이웃에게, 이 글이 하나님의 살아있는 은혜를 전하는 통로가 되길 소망합니다. 우리가 직접 그들의 손을 잡아 줄 수는 없어도, 진심이 담긴 글 한 편이 누군가의 영혼에 가닿아 메마른 삶에 믿음의 꽃을 피울 수 있다면 그것만큼 귀한 인연은 없을 것입니다.

‘시온의 소리’ 200호는 끝이 아니라, 더 깊고 단단한 하나님과의 인연을 맺게 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입니다. 이 사랑의 편지가 앞으로도 우리의 지친 영성을 깨우고, 이웃에게는 하나님의 은혜 가득한 미소를 전하며, 죽어가는 믿음을 다시 살리는 생명의 소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글로 맺은 고귀한 인연이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기를 기도하며,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201호의 첫 문장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