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일이요? 오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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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저는 설교를 통해 성도님들께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일이 언제였는지’를 물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주일만 해도 어림잡아 수천 번을 지키게 됩니다. 주일마다 예배드리고, 성도의 교제를 나누는데 그 수많은 주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일이 언제였는지를 묻는 말이었습니다.

그 질문과 함께 말씀을 전하면서 오랜 세월이 흘러도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있는 예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 예배에 ‘간절함’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간절함이 있는 예배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사방이 막힌 것 같은 순간, 그 간절함의 한가운데서 하나님이 우리를 만나주셨고, 생각지 못한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혜롭게 주일 예배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위해 친교실로 들어선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주방 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밥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소리였습니다. 이날 친교는 에스더 선교회에서 카레라이스를 준비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카레라이스에 빠질 수 없는 ‘밥’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밥솥을 만졌는데, 온기 하나 없이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고 합니다. 순간 취사 버튼을 누르지 않은 것이 생각났고, 그야말로 머릿속이 하얗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밥이 되려면 최소 30~4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이 친교실에서 전해졌습니다. 자칫하면 기다림에 지쳐 짜증이 앞설 수 있고, 누군가의 실수를 탓하느라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친교실에서 기다리시는 교우들께 지금까지 신앙생활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일이 있었다면 밥이 준비 될 때까지 함께 그 기억을 나누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두런두런 둘러앉은 식탁에서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을 보니 테이블마다 오래된 기억을 꺼내 놓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친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테이블에 앉아계신 교우들께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일이 언제입니까?’라는 질문을 드렸습니다. 질문은 받으신 교우마다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가장 기억에 남는 주일이요? 오늘이요!’라는 답이 나왔고, 그때마다 큰 웃음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습니다. 

실수가 은혜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원망 대신 웃음꽃이 피어났고, 지루할 수 있었던 기다림의 시간은 서로의 인생 속에 찾아오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증거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예배는 간절함에서 온다’라는 그날 아침 설교가, 주방에서 일어난 작은 실수로 인해 곧바로 증명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간절함 속에서 우리를 만나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다 보니 밥이 준비되었고, 기다림 끝에 마주한 카레라이스는,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뜻밖의 소동 속에서도 원망 대신 아름다운 믿음의 여유를 보여주신 교우들과, 가슴을 졸이면서도 끝까지 정성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 대접해 주신 에스더 선교회 회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시온 교회의 매 주일이 이처럼 서로를 격려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추억하는, ‘기억에 남는 주일’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