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주일 아침이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찬양팀이 모여 연습하고 있을 때, 낯선 차 한 대가 교회 주차장으로 들어섰습니다. 나가보니 한 분이 차에서 내려 교회를 두리번거리고 계셨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어떻게 오셨는지 물었더니 “교회에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 연결이 안 되어서, 혹시 교회가 문을 닫았는지 확인하러 왔다”라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분은 지난 몇 개월 동안 유튜브를 통해 우리 교회 예배를 드리시다가 ‘이제는 현장에 나가서 예배드려야겠다’라는 마음을 품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교회로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안 되었던 것입니다.
그분이 교회로 전화했을 무렵 교회 전화와 인터넷이 갑자기 고장이 난 상태였습니다. 통신사에 고장 신고를 접수하면서 확인했더니 당일 오후 5시까지 수리를 완료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정된 시간이 지나도 수리는 되지 않았고, 다음 날 다시 문의하자 “일주일 뒤에나 가능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상한 마음에 매일 전화를 걸어 확인했더니, 이제는 일주일 뒤라는 약속마저 사라지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라는 모호한 대답만 되풀이할 뿐이었습니다. 결국 답답한 마음에 통신사 매장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은 지역 내에 구리선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많아 통신망 마비가 심각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로 들어오는 오래된 전화선 역시 구리로 된 선이라 도난을 당한 것 같다며 비슷한 일이 너무 잦아 언제 수리가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직원은 “차라리 기존 라인을 해지하고 새로 연결하는 편이 훨씬 빠릅니다”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해지 절차마저 순탄치 않았습니다. 오래전에 개설된 계정이라 비밀번호와 이메일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매장 직원조차 몇 시간 동안 씨름하다 결국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가까스로 기존 서비스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위치한 지역 특성상 유선 광케이블이나 전화선이 추가로 깔려 있지 않아 일반 유선 서비스를 새로 신청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선이 필요 없는 무선 인터넷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우리 교회의 전화번호도 새롭게 바뀌게 되었습니다.
모든 설치를 마치고 나니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기존보다 5~6배나 빠르고 쾌적해졌으며, 전화 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훨씬 편리하게 응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매달 지출되던 통신 비용은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불편하고 답답했던 도난 사건이었지만, 하나님은 그 시간을 통해 우리 교회의 통신 환경을 한층 더 효율적으로 바꿔 주셨습니다. 또한, 전화가 안 된다며 직접 교회를 찾아와 주신 귀한 성도님과의 만남이라는 뜻밖의 선물도 안겨주셨습니다.
‘310-684-9897’, 새롭게 바뀐 교회의 전화번호입니다. 이 번호가 성도님들과의 따뜻한 소통의 도구가 되고, 복음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은혜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