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세상의 불이 꺼지니 마음의 불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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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왜 이러지?” 지난 주일 아침, 찬양팀이 연습을 막 시작할 무렵 갑자기 전기가 나가자 들려온 외침이었습니다. 정전으로 예배당의 불이 나갔고, 마이크와 키보드는 물론 얼마 전에 본당에 설치한 빅 스크린 TV까지 모두 꺼졌습니다. 누군가 “전기가 나갔나 봐요.”라고 말한 후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곧 불이 들어오겠지요”라는 말로 조마로움을 감추려 했지만, 제 마음도 그리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전기가 곧 들어올 줄 알았습니다. 그동안 살면서 전기가 여러 번 나갔지만,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되곤 했습니다. 전기가 곧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안 들어오면 오늘 예배는 어떡하지’라는 걱정으로 변해갔습니다. 찬양팀은 마이크도 없이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습을 마쳤습니다. 그나마 성가대실은 넓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있었기에 연습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습니다. 

주일 예배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전기가 들어올 조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전기 회사에 신고하고 주변을 살펴보니, 교회 담 너머로 전기 수리 차량이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제 곧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예배당으로 들어오시는 교우들이 ‘교회가 왜 이렇게 깜깜하냐?’라고 물을 때마다 전기가 나갔다고 대답할 뿐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11시에 예배가 시작되는 순간, 극적으로 불이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면 하나님이 우리의 예배를 기쁘게 받으시기 위해서 정확한 시각에 전기를 들어오게 하셨다는 어설픈 해석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해 보았지만 기대는 기대에 불과했습니다. 

주일 예배 시간이 되었지만, 전기는 여전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어두컴컴한 예배당에서, 마이크도 없이 찬양팀의 찬양으로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예배당인데 낯설었습니다. 찬송가 악보와 성경 구절, 추수감사주일에 열린 연합 속회와 속회 감사 축제 영상도 준비했지만, 전기 없이는 볼 방법이 없었습니다. 화려한 불빛을 자랑하는 크리스마스트리도 불을 밝히지 못한 채 어둠 속에서 해쓱하게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피아노 반주에 의지해서 찬송을 부르는데 목이 메었습니다. ‘옛날에는 다 이렇게 예배드렸을 텐데, 지금도 이렇게 예배드리는 선교지가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쩌렁쩌렁한 소리와 큼지막한 스크린에 의지하면서도 그 고마움을 잊고 예배드리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정전이 되면서 지금까지 누리던 편리함이 사라지자 비로소, ‘당연함’ 속에 감춰져 있던 감사할 것들이 차분히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둠 속에서 드린 지난 주일 예배를 통해 조금은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세상의 불이 꺼지니 마음의 불이 들어오는 특별한 은혜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대강절의 시작을 알리는 촛불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빛났던 지난 주일은 빛으로 오신 주님을 맞이하는 생생한 기다림의 현장이 되었음은 물론입니다. 그 빛을 마음에 품고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