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친정집 같은 교회

1885년 12월 31일 밤, 당시 조선에서 사역하던 아펜젤러, 언더우드, 앨런 그리고 스크랜턴 선교사와 그 가족까지 모두 11명의 선교사가 한 해를 기도로 마무리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당시 조선 땅에는 개신교 신자가 한 명도 없을 때였습니다. 조선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선교사들은 내년에는 구원받은 한 영혼을 보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당시 상황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기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대로 1886년 7월 18일, 한 사람이 세례받았습니다. 1886년 12월 31일 밤, 선교사들은 새해에는 더 많은 영혼을 얻게 해 달라고 기도했고, 그 기도대로 1887년에는 20여 명이 세례받고, 이들을 중심으로 조선 최초의 감리교회와 장로교회가 정동에 설립되었습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송구영신 예배의 간절한 기도로 조선의 첫 세례 교인이 탄생했고,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송구영신 예배는 한 해 동안의 죄와 허물을 회개하며, 믿음으로 한 해를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하나님의 복을 구하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지난 수요일 저녁, 우리 교회에서도 송구영신 예배가 열렸습니다. 예배 시간에 한 해 동안 교회에서 있었던 일들을 영상으로 되돌아보았습니다. 교회 창립 50주년 기념 예배와 부흥회, 임직식과 은퇴식, 새가족 환영회와 담임목사 취임 예배, 추수감사주일 속회별 찬양제와 성탄 주일 예배, 여선교회 걷기 대회와 선교회 소풍 등, 화면에 비친 얼굴마다 행복이 묻어났습니다.

‘하나님 손에 붙들리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하고, 은혜 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새롭게 교회에 오셔서 열심히 섬기시는 장로님 가정은 교우들의 따뜻한 사랑 덕분에 잘 정착하게 되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항암 치료 중인 아내를 간호하시는 권사님은 교우들의 기도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셨고, 자동차 정비사로 은퇴하신 권사님은 자동차에 이상이 생기면 만든 사람이 아는 것처럼, 우리 몸을 만드신 하나님께서 고치는 방법도 아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멀리 사시는 한 권사님은 교회 오는 것이 너무 좋고, 교회에 와서 머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고 하시면서, 함께 사는 딸로부터 ‘엄마는 교회 갔다 오면 꼭 친정집에 다녀온 것 같아’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 고백을 들으면서 이것이 교회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정집은 세상에서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고, 모두가 등을 돌릴 때도 끝까지 나를 믿어 주는 가족이 있는 곳입니다. 형편을 숨기지 않아도 되고, 잘 보이려고 차려 입지 않아도 되는 곳,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 주는 곳, 지쳤을 때 아무 설명 없이 쉴 수 있고, 울어도 괜찮은 곳이 친정집입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교회가 친정집 같은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처음 오는 이들이 낯설어하지 않고, 상처 입은 이들을 따스하게 품어 주는 교회, 오랜만에 돌아와도 ‘어디 갔다가 이제 왔니?’라는 질문 대신 아무 말 없이 안아주는 교회가 바로 친정집 같은 교회입니다. 새해, 주님께서 우리 교회를 친정집 같은 은혜와 사랑의 공동체로 빚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