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신고합니다!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 있습니다. “범죄 신고는 112, 간첩 신고는 113”이라는 표어입니다. 라디오에서, 텔레비전에서, 때로는 동네 전봇대에 붙은 에서 그 숫자들은 마치 암송 구절처럼 머릿속에 각인되었고, ‘신고’라는 말만 들어도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머리카락이 주뼛 서곤 했습니다.

그렇게 ‘신고’라는 단어는 두려움의 언어로 오랜 세월 제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숨겨진 것을 드러내고, 감춰진 위험을 알리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신고’라는 말에는 다른 뜻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신고(申告)’는 ‘국민이 법령의 규정에 따라 행정 관청에 일정한 사실을 진술하거나 보고하는 일’이라고 정의됩니다. 

말은 조금 어렵지만, 누구든 살면서 나라에 신고해야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출생 신고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면 혼인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일하며 얻은 물질에 대해서는 소득 신고를 하고, 세상을 떠나면 사망 신고를 해야 합니다. 이처럼 신고란, 단순히 사실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기록하고, 공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며, 사회와 더불어 살겠다는 다짐입니다. 

‘신고’라는 말에 담긴 또 하나의 뜻은 ‘새로 발령받거나 승진된 사람이 정식으로 자신의 성명과 계급 및 업무를 보고함’입니다. 군대에 가면 경례를 붙이면서 자신의 계급과 이름을 대면서 ‘이 부대에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라고 힘차게 소리칩니다. 때로는 그 소리가 작다고, 경례하기 위해 올린 손의 각도가 삐뚤다는 트집으로 얼차려를 받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통과해야 부대의 일원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오늘, 여러분과 하나님께 시온연합감리교회의 담임목사로 사역하게 됨을 신고하고자 합니다. 제가 부름을 받은 시온연합감리교회는 단순한 파송지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성도 여러분들과 함께 살아갈 삶의 자리입니다. 제가 감당해야 하는 설교는 주님의 마음을 전하는 편지가 되고, 기도는 눈물 섞인 사랑의 언어가 되며, 성도 여러분과의 사귐은 한 영혼 한 영혼을 돌보는 은혜의 교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시온연합감리교회는 오랜 신앙의 전통을 간직한 귀한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이제 저는 선배 목사님들과 성도님들이 걸어오신 그 발자취를 이어가며,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다음 세대를 마음에 품고 기도하면서 은혜의 여정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변화의 시기, 도전의 시기이기에 두려움도 앞서지만, 성령님께서 우리의 길을 이끄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겸손히 순종하며 나아가려고 합니다. 

이제 저는 제가 사랑으로 섬겨야 할 시온연합감리교회 교우들과 하나님 앞에 이렇게 신고합니다. “목사 이창민, 2025년 7월 첫 주부터 시온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로 부름을 받았기에 신고합니다.” 이 아름다운 신고가 주님 안에서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소망하며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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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onkumc
07/1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