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우리는 언제나 하나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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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미 동부에 있는 한 교회에서 열린 전교인 수양회에 강사로 초대받아 섬긴 적이 있습니다. 그 교회는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였고, 교인 수도 적지 않았습니다. 여름 수양회였지만, 거의 모든 교인이 참석했는데, 그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교회가 오랫동안 겪어온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하나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는 그 바람을 담아 수양회 주제를 ‘One in Spirit(성령 안에서 하나)’이라고 정했습니다. 저는 그 주제에 맞춰 말씀을 준비했습니다. 주제가 분명했기에 성경에서 ‘하나 됨’을 다루는 말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말씀을 준비하면 할수록 제 마음에는 부족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계속 고민하며 기도했습니다. 

그 고민은 수양회 장소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성경도 뒤적이고, 책도 보고, 준비한 설교도 다시 읽어보았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비행기에서 영화를 한 편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본 영화의 제목이 ‘The Boys in the Boat(보트 속의 소년들)’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8인승 조정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대표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으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을 때였습니다. 

워싱턴주립대학에서 8인승 조정팀 선수를 모집했습니다. 많은 학생이 운동을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배고픔을 면하고 잠잘 곳을 얻기 위해 조정팀에 지원했습니다. 그나마 체력이 좋고, 투지가 있는 학생들이 뽑혔기에 훈련을 통해 실력이 급상승했습니다. 이들은 금세 후보에서 주전이 되었고, 서부 지역  챔피언이 되어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전국 대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겨루어야 할 상대는 최고의 장비와 풍부한 경험을 가진 동부의 명문 사립대 팀이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불리했지만, 워싱턴주립대학의 조정팀은 기적처럼 승리했고, 결국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베를린 올림픽에 나가는 여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독일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했던 히틀러의 나치 정부는 온갖 편법과 텃세로 그들을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이 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이 든 주인공이 손자에게 조정을 가르치는 모습이 나옵니다.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8명이 함께 하는 조정 경기를 좋아하셨어요?” “음, 여덟이라” 할아버지는 첫 마디를 내뱉은 후에 한참 있다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여덟 명이었던 적이 없었단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였어!” 

그 장면을 보며 저는 수양회 말씀의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결국 하나입니다. 교회는 그 ‘하나 됨’을 훈련하는 곳이며, 하나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가는 곳입니다. 우리는 한 마음으로 예배하고, 한 목소리로 기도하며, 하나님 한 분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성도들이 모여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곳이 교회입니다. 우리 모두 성령 안에서 하나 됨의 축복을 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