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바람과 볕이 만드는 시온 풍경 

바람과 볕이 만드는 시온 풍경 

“목사님 점심 드시고 가실 거죠? 맛있는 잔치국수 할 건데…” 7월의 첫 토요일 아침, 아직 교회에서 첫 주일을 맞기도 전이었습니다. 시온교회에 부임을 앞두고 잠깐 교회에 들렀다가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제 머리에는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교회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시는 권사님들의 초대는 사람의 마음을 붙드는 환대의 부름이었습니다. 

밖에서 몇 가지 일을 보고 식사 시간에 맞춰 급하게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교회에 들어설 때부터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요리의 달인들이신 권사님들이 정성으로 준비한 잔치국수를 한 그릇 뚝딱 해치웠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잔치국수, 군만두/김말이/떡볶이, 돼지갈비 묵은지 김치찌개’ 토요일 점심마다 메뉴는 바뀌었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은 한결같았습니다. 

토요일마다 교회에서 점심을 먹는다면, 매주 행사가 있어서 그러리라 생각하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시온교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행사가 있습니다. 새벽기도회로 하루를 열고, 기도회가 끝나면 아침 식사를 합니다. 식사 전후에는 각자 맡은 자리에서 청소, 화단 가꾸기, 수리, 꽃꽂이, 주일 음식 준비 등을 하면서 소리 없이 교회를 돌봅니다. 그 후에도 은혜를 나누는 교제 모임이 오후 늦게까지 이어집니다. 

사랑으로 교회를 돌보는 풍경은 주일에도 계속됩니다. 주일 아침 일찍 찬양팀이 모여 연습하고, 곧이어 성가대원들이 속속 모여듭니다. 성가대실에서 나오는 찬양 소리가 온 교회에 울려 퍼질 때쯤이면, 예배 부장님을 비롯한 방송실에서 봉사하시는 분들과 안내 위원들이 오셔서 예배를 준비합니다. 

한 주간 세상에서 믿음의 삶을 살다가 교회에 들어서는 교우들이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예배 시간에는 마음을 다해 예배하는 성도들의 열정이 가득합니다. 예배 후에는 만남의 기쁨을 나누는 소리가 친교실에 퍼집니다. 점심으로는 모자라서 친교실이나 교회 패티오에서, 근처 맥도날드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늦은 오후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우리 교회의 모습을 떠올리다 ‘시인과 촌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하덕규 목사의 ‘풍경’이라는 노래를 생각해 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짧은 노랫말이지만, 그 안에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갈 때 비로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는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예배의 자리, 찬양과 기도의 자리, 친교와 섬김의 자리는 그리스도인들의 제자리입니다. 그 자리가 만드는 풍경은 자연의 그 어떤 풍경보다 더 아름답습니다.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모습’을 뜻하는 풍경이라는 말은 오묘합니다. 한자 그대로 보면 ‘바람 풍()’과 ‘볕 경()’을 사용합니다. 바람과 볕이 만들어내는 세상, 그것이 곧 풍경입니다. 성령의 바람이 불고 은혜의 볕이 비췰 때 시온교회 교우들은 영적인 제자리를 찾아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처럼 바람과 볕이 만드는 시온교회의 풍경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의 주인공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