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봉헌의 기쁨을 누립시다’

8월 첫 주부터 예배 순서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 변화는 형식의 변화일뿐, 예배의 본질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예배 순서와 함께 교회 음향 시스템도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답답하게 들리던 소리가 깨끗하게 들리도록 스피커와 믹서를 교체했습니다. 이를 위해 헌신하시고 수고하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일부터 바뀌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봉헌 시간에 헌금 위원들이 헌금 바구니를 들고 여러분 앞으로 갔다면, 다음 주일부터는 예배당 입구에 마련된 헌금함에 직접 봉헌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예배의 뿌리인 구약 시대의 제사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백성들이 하나님께 나아가 제물을 드려 속죄를 받고 하나님을 높이고, 하나님께 감사를 표하는 행위였습니다. 구약의 제사에서 유래한 신약시대의 예배도 그 전통을 이어갑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으로 제물을 드리지는 않지만, 예물을 드리는 행위는 하나님께 대한 감사, 속죄, 헌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구약의 제사와 신약의 예배가 강조하는 것은 예물을 드리는 사람과 예물을 받으시는 하나님 사이의 신뢰 관계입니다.

오래전 한국 교회의 성도들은 하나님께 드릴 헌금을 준비하면서 다림질하기까지 하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그런 정성이 담긴 예물을 자발적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드릴 때, 그 예물은 단순한 돈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이자 이웃을 섬기며 살겠다는 결단이 되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 교인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열광적인 찬양과 목사님의 열정적인 설교에 이어 봉헌 시간이 되었습니다. 설교자가 “지금은 봉헌하는 시간입니다(It’s Offering Time).”라고 외치자, 모든 성도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한 사람씩 앞으로 나오며 봉헌함에 헌금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의 성도들은 그냥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손뼉을 치며 나왔고, 어떤 사람은 손을 높이 흔들며 나왔습니다. 젊은 교인 하나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면서 앞으로 나왔습니다. 이들은 한 주간 세상에서 열심히 일하며 모은 물질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큰 기쁨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아프리카계 기독교인의 영성은 노예 시절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흑인 기독교인들은 평일에는 노예로 노동에 시달렸지만, 주일만큼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러기에 교회에 갈 때에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정성으로 헌금을 준비해서 갔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자녀로 예배드리고, 하나님께 예물을 드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특권으로 여겼기에 기쁨으로 춤을 추었고, 소리 높여 찬양하면서 하나님께 예물을 드렸습니다. 

우리도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께 나와 봉헌할 수 있는 귀한 특권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드리는 예물에는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하나님이 주신 은혜임을 인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이 땅에서 하나님이 맡기신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겠다는 다짐도 포함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만을 섬기며 살겠다는 믿음의 결단도 포함됩니다. 다음 주일부터 이 모든 마음을 담아 봉헌함에 예물을 드리면서, 봉헌의 참된 기쁨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