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세미나 참석을 위해 오하이오주에 있는 팁시티(Tipp City)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오하이오의 주도인 콜럼버스에서 동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팁시티는 인구가 1만 명도 되지 않는 작은 도시였습니다. 옥수수밭 사이로 난 한적한 길을 따라 세미나가 열리는 깅햄스버그 연합감리교회(Ginghamsburg UMC)로 갔습니다. 그 교회는 당시 최첨단 멀티미디어 시설과 현대적인 예배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교회를 방문해서 가장 먼저 놀랐던 점은 도시 전체 인구가 1만 명도 되지 않는데, 매 주일 3,000명이 넘는 성도들이 예배에 참석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이 세미나 중에 드러났습니다. “교인이 몇 명입니까?”라는 질문에, 그 교회의 담임 목사가 1,500명이라고 답했습니다. 대부분의 미국 교회는 주일 예배 출석 인원보다 교인 수가 두세 배 많은 경우가 흔합니다. 멀리 이사를 해도 교적을 옮기지 않거나, 여러 사정으로 오랫동안 교회에 나오지 못해도 여전히 교적부에 이름이 남아 있는 이들이 많다 보니 출석하는 교인 수와 교적부에 있는 숫자가 큰 차이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교회의 교인 수가 주일 예배 출석 인원의 절반밖에 안 되는 이유는 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교회에서는 교인이 되기 위해서 3개월 과정의 멤버십 클래스를 이수해야 합니다. 멤버십 클래스를 마치면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또, 신앙 공동체의 일원으로 십일조를 비롯한 헌금 생활, 예배 참석, 봉사 활동, 소그룹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서약하고,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변화된 모습을 세상에 보여주며 살아야 합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 때문에 주일에 교회에 오는 사람은 점점 늘어 지금은 4,600명이 모이지만, 교인 수는 여전히 1,500명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많은 교회가 교회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교인으로 간주합니다. 특히 이민 교회는 자격이나 의무를 묻지 않고 누구든 환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사랑으로 교회에 오는 모든 이들을 맞이하려는 마음이 크겠지만, 교회의 성장을 교인 수의 증가로 이해하는 정서도 숨어 있습니다. 또 일부 교회에서는 새가족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오랜 기간 신앙 생활하신 이들에게까지 기초 교리와 편협한 교회관을 주입하며 오히려 교회의 보편성을 해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합감리교회는 교인의 자격을 분명히 규정합니다. 사도신경에 담긴 신앙 고백을 따라 거룩한 공회(보편적인 교회)를 믿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시인하며, 예배와 교회의 사역에 참여하고, 성례를 받으며 공동체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이들은 세례나 입교를 통해 개체 교회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교회의 일원이 됩니다.
우리 교회는 다음 주일부터 ‘새가족 성경공부’라는 이름으로 3주간의 멤버십 클래스를 시작합니다. 거창한 멤버십 클래스는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교인의 자격과 교인 됨의 의미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 귀한 자리에 새 가족뿐만 아니라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