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미국에 오신 한 이민자가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분은 이민 가방에 드레스를 잔뜩 담아오셨다고 하면서, 미국에 가면 나선형 계단이 있는 이층집에서 멋진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내려오며 매일 파티를 즐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 기대가 환상이었음은 이내 밝혀졌습니다. 파티는커녕 치열한 일상에 치여 드레스는 옷장 속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아이를 가지면서 드레스를 임신복 대용으로 입었다는 말에 씁쓸한 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꿈꾸는 삶은 늘 특별한 사건과 축제가 가득하길 바라지만, 대부분의 날은 별다른 일 없이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입니다. 아침에 눈 뜨고, 밥 먹고, 일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일상을 반복하다 보면 감사보다는 불평이 앞서기 쉽습니다. 일상이라는 감옥에 갇힌 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신앙은 놀라운 선물을 선사합니다. 바로, 일상이 축제가 되는 신비입니다.
신앙은 평범한 순간을 은혜의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실 수 있으며, 푸른 하늘 아래에서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기지개를 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하나님의 선물임을 깨닫는 순간, 평범했던 일상은 가슴 벅찬 감사의 축제가 됩니다.
늘 마주치는 이웃에게 짧은 인사를 나누고, 가족과 함께 식사하고,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친교 하는 작은 일상에는 은혜가 쌓입니다. 나눔과 섬김을 통해 기쁨이 쌓여가고, 어려운 형편 속에서 함께 기도하기 위해 맞잡은 손에서 따스함이 느껴질 때, 우리의 일상은 어느새 소중한 믿음의 축제로 바뀝니다.
무엇보다 세상을 경이롭게 바라볼 때 일상은 축제가 됩니다. 한 작은 나라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아침 뉴스 진행자가 ‘속보를 알려드립니다’라고 하면서 이렇게 전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 아침과 마찬가지로 동쪽에서 해가 떠올랐습니다.” 그러자 그 뉴스를 보던 사람마다 깜짝 놀라며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그게 사실이야! 아니, 세상에 그렇게 큰 태양이 오늘 다시 떠오르다니, 정말 놀랍고 신기하지 않아요!”
이 이야기는 브라이언 트레이시가 쓴 ‘잠들어 있는 시간을 깨워라’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트레이시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 아침에도 해가 떠올랐다는 뉴스가 속보로 전해지고, 그 소식에 감탄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는 어리석은 바보들의 나라가 아니라, 지혜로운 천재들의 나라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천재들의 공통점은 평범한 사물과 사건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영적인 눈을 뜨면 눈앞에는 언제나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집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하늘과 땅, 바다와 산을 가득 채운 각종 새와 동물들, 형형색색의 나무와 꽃, 바람에 춤추듯 흔들리는 들풀까지 모두가 신비로운 세계를 연출합니다. 평범한 세상을 감탄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삶에는 꽃들이 노래하고, 나무가 춤추는 아름다운 축제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도 예배의 자리에서나 친교의 자리에서, 가정과 일터에서, 오늘 예배 후에 있을 ‘새가족 환영회’를 통해서, 일상이 축제로 바뀌는 신비를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