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목사님,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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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를 마치면 친교실에서는 여선교회 회원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일주일 만에 만난 얼굴은 오랜만에 만났기에 할 이야기가 많고, 토요일 새벽기도회에 나와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분들은 어제 못다 한 이야기를 마저 하다 보면 두세 시간은 쉽게 지나갑니다. 친교실에서 여선교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교회 패티오에서는 남선교회원들이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지난 주일 예배 후에도 바울 선교회 회원들이 패티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바울 선교회는 70세 전후의 남성 교인들로 구성된 선교회입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여섯 명이 모여서 활동했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새 교우들이 오시면서 두 배 이상, 가장 크게 부흥한 선교회가 바울 선교회입니다. 

바울 선교회는 인원이 많아지고, 또 열심을 내는 분들이 생기면서 새롭게 설거지 봉사를 시작하셨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한 번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가, 선교회 회원이 더 늘면서 두 조로 나누어서 한 달에 두 번 설거지 봉사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열심을 내고 있었습니다. 담임 목사 취임 예배 때는 남성 중창으로 축가를 불렀는데, 바울 선교회 회원들이 앞에 나가 서 계신 것만으로도 든든하게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지난 주일에 패티오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남성 중창을 하자고 하니 한 사람도 뒤로 빼지 않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좋았다는 이야기, 전 주일에 가졌던 바울 선교회 회식 자리가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 앞으로 운동도 같이 하고, 교회 봉사도 더 열심히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습니다. 

저도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꼭 해 주셨으면 하는 사역이 하나 있습니다.” 이렇게 운을 떼자 모두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제가 그날 부탁드린 사역은 ‘자동차 안전 점검’ 사역이었습니다. 자동차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나 혼자 사시는 여자 성도님들이 운전하고 다니시다가 타이어에 이상이 생기기도 하고, 배터리가 방전되기도 하고, 때로는 엔진 오일과 같이 정기적으로 손봐야 할 부분을 놓치기도 하는데, 그런 간단한 자동차 점검을 바울 선교회 회원들이 해 주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말씀드린 까닭은 바울 선교회 회원 중에 자동차 정비사로 일하셨던 분도 계셨고, 자동차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을 갖고 계신 분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를 쳐 주셨습니다. 바울 선교회 회원들의 호응에 고무되어 날짜를 정해 필요하신 분들에게 안전 점검을 해드리면 좋겠다고 말씀드릴 때였습니다. 방금 인사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신 여자 권사님 한 분이 다시 패티오 쪽으로 급하게 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려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전문가 몇 분이 달려가서 자동차를 점검하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까지 도와주셨습니다. 그 권사님이 하셨던 “목사님,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려요.”라는 말이 제게는 이 사역이 꼭 필요하다는 말로 들렸습니다. 앞으로 자동차 안전 점검이 필요하신 분들은 주일 예배 후에 패티오로 오셔서 바울 선교회 회원들을 찾으시면 성의껏 도와드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