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남가주에 며칠 동안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가을비라 부르기엔 너무 쌀쌀했고, 단비라 하기엔 너무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겨울 폭우였습니다. 세찬 빗줄기가 내리치던 지난 월요일 저녁, 한국에서 오신 목사님 부부를 모시고 식당으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거세게 내리는 비로 차선조차 희미해진 길을 조심조심 운전하던 중, 큰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려 맨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던 순간이었습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빠르게 달리던 SUV 한 대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무리하게 유턴했습니다. 그 순간 제 쪽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뀐 걸 보면, 그 차는 노란불 아니면 거의 빨간불에 차를 돌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 액셀러레이터로 천천히 옮길 때였습니다. 

왼쪽에서 또 다른 SUV 한 대가 번개처럼 나타나더니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유턴하던 차의 뒤를 들이받았습니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대형 교통사고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충격으로 유턴하던 차가 오른쪽으로 튕겨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놀라고 있을 때, 이번에는 들이받은 차가 중심을 잃은 채 제 차를 향해 미끄러져 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차를 향해 달려오는 차를 피할 데도 없었고, 피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그저 제발 가까이 오지 말라는 마음으로 경적을 울릴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경적마저 두 차가 충돌하는 둔탁한 소리와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내는 날카로운 소리에 묻혔습니다. 몇 번 경적을 울리다 손을 뗐는데도 경적은 멈추지 않고 계속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는 에어백이 터진 채 제 차 쪽으로 미끄러져 오던 사고 차량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이제는 꼼짝없이 부딪쳤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빗길을 가르며 무섭게 미끄러져 오던 차가 제 차 바로 앞에서 기적처럼 멈춰 섰습니다. 그 차와 제 차의 간격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에 불과했습니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을 때 제 차와 얼굴을 맞대고 멈춰 섰던 차가 갑자기 후진을 하더니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는 그대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1차선에 서 있었기에 그 차를 따라갈 수도, 사고 현장을 확인할 수도 없이 뒤에서 오는 차들 때문에 앞으로 밀려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금 가다가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내려 살펴보니, 다행히도 제 차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조금 전 일어났던 사고가 얼마나 큰 사고였는지가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옆에 계신 목사님과 뒤에 계셨던 사모님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하마터면 한국에 못 갈뻔했네요” 하고 말씀하시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분들은 그날 저녁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셔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목사님 내외를 공항에 안전하게 모셔다드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그 감사는 단지 그날 사고에서 건져주신 은혜에 대한 감사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위험 속에서도 우리를 보호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였습니다. 그 감사의 마음으로 어느 때보다 특별한 추수감사주일을 맞으며 하나님께 이렇게 고백해 봅니다. 한 해 동안 우리를 지키신 하나님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