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정이 듬뿍 들어 버렸습니다

지난 주일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했습니다. 주일 오전 예배와 주일 오후에 있을 취임 예배를 같이 준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주일마다 이른 아침에 교회로 향할 때, 저에게는 묘한 설렘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교회에 주실 말씀에 대한 기대가 있고, 함께 예배드릴 성도님들을 만나는 기쁨이 제 마음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그 설렘을 안고 예배당에 들어섰는데 전날 늦은 밤까지도 보이지 않던 꽃이 강대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주 칼럼에 우리 교회에서는 요즘 ‘은혜의 숨은그림찾기’를 한다고 썼는데, 주일 아침에 저는 숨겨진 은혜를 눈앞에서 발견했습니다. 

지난 주일에 있었던 담임목사 취임 감사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서 온 교우가 토요일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교회 곳곳을 섬겼습니다. 그 섬김의 손길은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장로님 한 분은 오전에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 저녁에 교회에 다시 들리셨습니다. 이소명 목사님은 새로 단 카메라와 영상 설비를 세팅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수고하셨습니다. 장로님 부부는 교회에 들리셨다가 늦게까지 남아있던 목회자들을 격려해 주시고 가셨습니다. 

그렇게 모든 작업을 마치고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집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보이지 않던 꽃이 주일 아침에 강단에 올라와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총여선교회 회장님께서 집에서 손수 준비한 꽃꽂이를 새벽에 교회에 두고 가셨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꽃이 흐트러질까 봐 품에 안고 조심스럽게 가져다 두었다는 말을 들을 때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 정성에 담긴 교회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강대상 위에는 활짝 핀 작약 몇 송이를 중심으로 각종 꽃이 서로 잇대어 서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봉오리가 크게 차오르다 천천히 꽃잎을 펼치는 작약을 한참 들여다보는데, 풍성하고 화려한 겉모습에 담긴 차분함과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주일 아침 식사 준비와 찬양팀 연습을 위해 모인 교우들이 작약의 멋거리진 모습에 반해 카메라를 들이댔습니다. 

그때 권사님 한 분이 작약의 꽃말을 아냐고 물었습니다. 모두들 ‘이렇게 꽃이 예쁜데, 꽃말이 무슨 상관이냐?’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질문을 던진 권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작약의 꽃말은 수줍음과 부끄러움이래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정이 깊어 떠나지 못한다’라는 뜻도 있대요.” 그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리며 제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한껏 피어오른 작약은 주일예배를 위해 하나님께 드리는 향기로운 제물이기도 했지만, 오후에 있을 담임목사 취임 예배를 위해 마련된 성전 꽃꽂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화려하지만 수줍음을 잃지 않은 작약이 내는 은은한 향내 속에서 담임 목사 취임 감사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전에 사역하던 교회에서 함께 신앙의 길을 걷던 분들, 주일 사역을 마치고 귀한 걸음을 하신 동료 목회자들, 우리 교회 교우들과 옛 교우들이 성전을 가득 채웠습니다. 모든 순서마다 사랑이 배어 있었고, 정이 듬뿍 담겨 있었습니다. 취임 감사 예배에 오셔서 축하해 주시고, 환영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저는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환영을 받는 사이에 시온교회 교우들과 정이 듬뿍 들어 버렸습니다.